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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바다 수영을 한 날
이상하게 아침 일찍 눈이 떠졌고, 평소보다 바람이 좀 세게 불었지만,
일단 가보고 아니면 돌아오지 뭐- 라는 마음으로 그대로 수영장비를 챙겨서 바다로 갔다.
물 밖의 세상은 모래 바람이었지만 물속은 평온했고 물놀이하기에도 딱 좋은 온도였다.
역시 난 물을 좋아해라며 신나게 수영을 했고, 올 여름엔 자주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적당히 놀고, 무리하지 않고 짐을 챙겼다.
큰길로 나가는데, 차 한 대가 쌩하고 지나간다.
이제 겨우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뭐가 저리 바쁜가- 라며 뒤따라 가는 길
빨리 달리던 앞차가 잠시 멈칫 했었나..
충격이 지나가고 나면 이런 순간의 기억은 삭제 되버리는 것 같다.
잠시 멈칫하던 앞차는 그대로 떠났고, 길 위엔 이제 겨우 4개월쯤 되었을 노란색 고양이 한마리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엄마로 보이는 노란 고양이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천천히 다가갔지만
또 다른 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큰 고양이는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길가에 차를 세웠지만, 꺼져가는 생명을 바라보며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였을까..
1,2분쯤 이제 고통이 끝났는지 아무일 없는 듯 모든게 다시 일상으로 흘러간다.
거리를 청소하던 아저씨는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트렁크에 있는 천으로 아이를 감싸는데 또 차 한 대가 지나간다.
도로에서 나와 아이를 잠시 길가에 내려두고 120에 전화를 했지만 운영시간이 7시부터라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아이를 안아올려 트렁크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머리 쪽을 다쳐 얼굴은 볼 수 없었고, 작은 젤리와 작은 꼬리로 생각보다 더 어린 아이라는 걸 알았다.
삽으로 땅을 파는데, 여기는 언제나 깨진 유리가 많이 나온다.
땅을 파는 내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가해자는 아무일 없다는 듯 현장을 떠났고, 이런 상황을 마주하는 건 늘 나 같은 사람들이다.
여전히 반복되는 로드킬에 대한 분노와 이 작은 생명이 떠나는 것에 대한 슬픔
평소처럼 내 에너지를 다 쓰고 왔으면 나는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10초만 더 빨리 움직여서 그 차보다 앞섰다면 내가 이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까?
차갑게 식은 아이보다 아직 따뜻한 체온이 남아있는 아이들을 만났을 때 뭔가 현실감이 사라진다.
분명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는데, 모든 게 다 똑같은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현실 같지 않아 아프다.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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