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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1 유방암 진단, 병원 선택, 멘탈 관리
갑작스러운 암진단으로 어쩔 줄 몰라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 보는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과 치료 과정 등을 기록합니다...2025년 새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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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끝도 없이 추락하는 롤러코스터
나의 병에 대해 꾸준히 물어봐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지인들과의 저녁식사가 있는 날, 보양식으로 좋다는 한방오리백숙 가게에서 만남을 가졌다.
나는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데, 손님으로 만나 벌써 8-9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중 한 명은 젊은 시절 암을 이겨낸 암생존자이고, 지금은 암환자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게 살고 있다.
오리백숙 먹으면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검사 결과는 공유해야 했기에 3.4cm의 암이 발견되었고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기 위해 선항암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최대한 덤덤하게 이야기했지만, 잠깐의 정적이 흘렀던 것 같다.
그럼 고양이들은 우리가 봐줘야겠네. 이제 고양이는 다 내 거야~~라고 유쾌하게 말해주는 사람들이라 나도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지인의 항암 극복기를 들으며 나도 할 수 있겠지? 극복 못하면 별도리가 있나?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우리 고양이들을 위해서라도 이겨내야지.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일어나면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이겨내야지!!라고 말해놓고 눈을 뜨니 마음이 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운동도 가지 않고 그냥 누워있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누워서 새하얀 방 천장만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의 내가 한심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늘이 핑 돌아 서있을 수가 없었다. 빈혈이 있는 내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 대충 식사를 하고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샴푸는 해서 뭐 하나.. 에센스는 발라서 뭐 하나.. 어차피 다 빠질 머리..
듬성듬성 빠지기 전에 확 짧게 잘라버릴까?
그래도 아직은 머리카락이 있으니 샴푸는 하면서도 이때부터 트리트먼트와 헤어 에센스는 바르지 않았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지금은 임시휴업 중인 카페로 갔다.
이것저것 정리 좀 하고 업무를 보려고 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10. 트리트먼트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의욕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했다. 헬스장에서 전처럼 2시간 30분씩 운동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냥 어디든 나가고 싶었다.
그날도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잠깐 쉬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조직검사 결과는 다음 주 월요일에 나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금요일. 무슨 일로 전화가 왔지?
어리둥절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주치의 선생님이었다.
조직 검사 결과가 예상보다 일찍 나와서 전화를 주신 것이다.
재검사 결과는 의심했던 림프절에 전이가 보이지 않고, 게다가 3.4cm의 암 중에 침윤암(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암)은 일부이고 나머지는 상피내암(제자리암)이라는 것이다.
침윤암의 크기가 작아서 항암은 의미가 없으니 원래 계획대로 3월 4일에 수술을 하자고 하셨다.
오 마이 갓. 하느님 감사합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다만 사이즈가 크고 위치가 아래쪽이어서 전절제를 고려해봐야 하는데 어쩌면 부분절제도 가능할지 고민해 보고 수술 전에 알려준다고 하셨다.
통화를 마치고 병원에 함께 가주었던 지인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들은 지인은 본인의 일처럼 기뻐했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었다.
내가 항암을 하는 동안 고양이들을 봐주기로 했던 지인들도 소식을 듣고 너무너무 기뻐했다.
"아~ 기분 너무 좋다!!!"라고 말하는 표정과 말투, 그걸 본 내 기분은 아마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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