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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를것 없는 날이었다.
몇년에 걸쳐 동네 고양이들의
TNR(중성화 수술)을 진행했고,
마지막 암컷이었던 안채연이가
안나, 수이 아들 둘을 낳아
김녕치즈마을의 대가 끊겼다.
덕분에 이제 당분간 아깽이 구경은 못하겠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카페에 자주 오시는 손님이
어디서 아기 고양이 소리가 난다고 했다.
그럴리가..?

옥상에 올라가보니 맞은편 집 담벼락에
삼색이 아기 고양이가 앉아서 울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앉아있는 모습이 이상했지만,
일단 눈꼽이 가득한 눈이 걱정이었다.
허피스구나.
허피스는 면역력이 약한 아기고양이에게
흔하게 걸리는 바이러스이다.
안약만 몇번 넣어주면 금방 낫지만,
저대로 두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병원에 데려가서 안약만 넣어주고
다시 있던 자리에 돌려놓을 마음이었다.
병원가는 길이 낯설텐데도 진격의 아깽이 답게
곤히 잠이 들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는 아깽이들의 일상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에
카페에서 가까운 병원에 들렀다.
간김에 외부 기생충 약도 바르고,
귓속도 체크 했다.
그러다, 처음 만났을때 아깽이가 앉아있는 모습이 좀 찜찜해서
다리 상태를 체크해달라고 했는데,
"왼쪽 뒷다리가 부러졌네요"
당장 엑스레이도 찍었다.
골절이었다.
그런데 너무 아기라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냥 저절로 붙기를 바라는 수 밖에.

다시 길 위로 돌려보낼거라는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고,
집으로 데려와 격리 시켰다.
- 집에는 4마리의 고양이와 1마리의 임보 고양이가 있다.
베이비 캣 키튼 파우치를 사와서 줬더니
너무나 잘먹었다.
일단 잘 먹고 내일 다른 병원에 가보자.

마침 우리 집 제일 어르신 20살 고양이의
검진이 있는 날이어서 두마리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병원가는 가방 안에서 달랑거리는 고리를 가지고
열심히 노는 진격의 아깽이
왜 저렇게 겁이 없지?
이상하긴 했다..

어제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메일로 받아
원래 다니는 동물병원의 원장선생님께 보여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두가지 방법을 말씀해주셨다.
다리 근육을 잡아 당겨 뼈를 맞춘 후
핀을 박아 고정한다.
절개해서 뼈를 완벽하게 맞춘 후 봉합한다.
하지만 아이의 몸무게는 겨우 910g
1kg도 안되는 아이를 전신마취를 해서 수술을 시키는건
목숨을 걸어야하는 대 수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두가지 방법은 있지만 어렵다고 하셨고,
생각보다 아기 고양이의 뼈는 잘 붙는다고
이대로 두고 상황을 좀 지켜보자고 하셨다.

얼굴과 팔에 기름때를 잔뜩 묻힌 아기고양이
7월 1일에 만나 이름은 쥴리..
요즘 핫한 그 쥴리로 지어주었다.

멜로 눈깔을 장착한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아기고양이
곧 장마가 시작인데 내가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쥴리의 과거를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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