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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첫째 고양이, 애기가 떠났다.
마지막에는 폐에 염증이 생겨서
숨을 잘 못쉬다 떠났지만..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줘서
마지막 인사도, 이별도 잘 마쳤다.
2016년에 제주도에 와서 만난
첫 딸, 막내 고양이 잔디를 사고로 보냈다.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육지로 데려가서
화장을 시켰는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제발 제주도에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생기기를 바랬지만,
역시나 아직도 합법적인 화장시설은
생기지 않았다.
이동식 장례서비스가 있지만,
전부 불법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장례 절차도, 애도도 없이
보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2016년 이후 시간이 흘러
그 시절보다는 아이를 데리고 육지에 가는게
조금 편해진 부분이 있어서 공유를 할까한다.
가장 달라진 점은 기존에는 반려동물 사체를
공항 화물청사에서 화물기를 통해
따로 보내야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아시아나 항공은 동물병원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를 첨부시
(사망사유가 전염병일 경우 제외)
나와 같은 비행기에 함께 탑승할 수 있다.
물론 수화물로 부쳐야하지만,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만해도
크게 나아진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리는 공항에서 화물청사로 이동해
아이를 받아야한다.
대신 아이는 스티로폼 박스에
흔들리지 않게 잘 포장해야한다.
사망 후 부터 부패가 시작되므로,
바닥에 천을 깔고 아이스팩 2,3개를
아이 배쪽으로 가게두고,
다시 천을 덮어 아이 몸에
아이스팩이 직접 닿지 않게 한 후
아이를 편안하게 눕힌다.
점점 경직이 시작되므로, 미리 눈도 감겨주고
편안하게 자세를 잡아주는게 좋다.
반려동물 탑승처럼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고,
수화물 부치는 곳에서 잘 포장된 박스와 함께
사망 진단서를 제출하면 된다.
그리고, 도착지에서 아이를 받을 때
다른 짐과 함께 아이가 던져지거나
벨트를 타고 나오는게 싫다면
승무원이 직접 아이가 든 상자를
전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 비용은 만원이고,
정확한 서비스 명칭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지만,
수화물 창구에서 요청하고 결제하면 된다.
그리고 도착해서 수화물 받는 곳에서 기다리면
승무원 분께서 상자를 직접 전달해주신다.
애기가 준비할 시간을 준 덕분에
화장은 미리 검색해두었던
김포에 위치한 마스꼬따휴라는 곳에서 진행했다.
당일 오전에 연락해서 예약을 했고,
김포 외곽에 위치해있기 떄문에
이동이 어렵다면 차량 픽업서비스도
제공해주고 있다.
통화 후 보내주신 연락처로 아이 이름과
사진을 몇장 보내드리면
미리 인화해서 장례를 준비해주신다.
도착하면 직원분들이 모두 나와서
맞이해주시고,
아이를 데려가서 장례준비를 하는 동안
장례절차와 요금 등을 안내해주신다.
장례 비용은 아이 무게에 따라 달라지고,
관이나 수의, 요람등을 추가할 수 있다.
장례 절차는 먼저 염을 통해 아이를 깨끗하게
닦아주신다.
빗질도 예쁘게 예쁘게..
수의는 따로 선택하지 않았고,
이름처럼 마지막까지 애기같이 있다가
떠난 아이라 요람을 선택했다.
꽃을 준비 못해서 아쉬웠는데,
생화 꽃다발을 마련해주셔서
허전하지 않게 아이를 보낼 수 있었다.
일주일간을 잘 못먹고 떠나서
아이가 잘 먹었던 캔을 가져갔더니
함께 놓아주셨고,
그 외에도 장례식장 측에서 마련해주신
간식과 사료가 있어서 배고프지 않게
떠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잔디를 보냈던 곳은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애도도 못하고
아이를 보냈는데,
이 곳은 필요한만큼 애도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들, 하고 싶은 이야기들
조급하지 않게 편안히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애도 시간이 끝나고 아이를 화장터로 보내야할 시간.
애기는 내 머리카락을 참 좋아했어서
내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화장할 때 함께 넣어주시기를 부탁드렸는데,
다시 연이 이어진다는 빨간실을 준비해주셔서
아이 앞발에 내 머리카락을
빨간실로 묶어 보내주었다.
화장터에 들어갈때도, 아이 유골을 수습할때도,
직원분들이 진심으로 예의를 다해 진행해주셨다.
그 모습이 위로가 되었고, 첫 아이를 보낼때 느꼈던
아픔도 조금 치유되는 것 같았다.
마스꼬따휴는 장례 후기들이 너무 좋은데,
유골 스톤 제작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분들이 계셨다.
혹시 몰라 여쭤보았더니,
이 곳은 스톤 제작 시설이 없지만
가까이 있는 가능한 곳을 소개해주셔서
아이 유골을 가지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냥 주소만 알려주셔도 되는데,
마스꼬따휴의 차로 앞에서 에스코트를 해주셔서
우리 애기가 가는 길까지도
사랑받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스톤 제작은 아이드림펫에서 진행했다.
이 곳은 반려동물 장례와
추모공원까지 마련된 곳으로
마스꼬따휴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곳이었다.
반려동물 장례라는게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려운일이라서 그런지,
가족분들끼리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이 곳에는 강아지도 두마리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아픈 아이를 구조해서 수술시키고
가족으로 맞이하셨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왔다고 하니, 아이 유골이 상하지 않게
스톤 층층이, 겹겹이, 꼼꼼하게 포장해주셨다.
잔디의 유골은 아직 분골 상태로 가지고 있는데,
다음에 육지에 올라갈 때 이 곳에서
스톤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진심을 다해 친절하게 진행해주셨다.
2016년에 유골함에 담아 아이를 데려오다가
보안검색대에서 일이 있었다.
그때는 화장증명서를 챙길 정신도 없었고,
화장터에서도 따로 받지 못해서
결국 공항관리자까지 내려와서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번에는 미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문의를 했는데,
반려동물 유골이라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주셨지만, 혹시 몰라 화장증명서와
스톤 제작 증명서를 빨리 꺼낼 수 있는 곳에 두고
보안검색대를 지났다.
이번에도 따로 불러 세우길래
증명서를 꺼내려고 했는데,
직원분이 강아지예요? 라고 먼저 물어봐주셨고
고양이예요. 라고 대답했더니
증명서 확인없이 통과 할 수 있었다.
아이 화장을 마치고 바로 다음날 제주도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제주도 폭설과 강풍으로
3일이 지나서야 겨우 제주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애기
아이에 따라 스톤 색이 다르게 나온다는데,
우리 애기는 평생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힌
분홍 젤리의 소유자답게,
은은한 빛이 나는 옅은 옥색 스톤이 되었다.
잔디를 보내고 나는 내내 이별이 무섭고 두려웠다.
아직도 잔디를 떠올리면 아프고, 힘든데
이번에 애기를 보내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잔디를 보내던 날의 아픔이 조금 치유가 된 것 같다.
항공사 직원, 승무원, 장례식장 직원분들
그 전에는, 내 슬픔이 유난이라고 느끼는걸까
혹은 경멸하는게 아닐까 싶은 기분까지 들었는데,
이번에는 만난 분들의 눈빛이나 행동에서
조심스러움과 위로가 느껴져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애기를 만나
서로 부딪히면서 함께 자랐다.
평균 고양이의 수명보다 길게
나와 함께 해준것만해도
기특한 우리 애기인데,
이별을 통해 나를 치유해주고 성장시킨것 같아
정말 고맙다.
하늘에서 잔디 동생 만나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기를.
나중에 다같이 함께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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