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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만해도 반팔만 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더운 날이 이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주도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일교차가 이렇게 심하면 사람도 그렇지만 길 위의 동물들도 면역력이 떨어져 눈물 콧물을 흘리게 된다. 따뜻한 집에서 사는 우리 집 막내 고양이도 최근에 방광염에 걸려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환절기에 방광염에 걸리는 고양이들이 특히나 많으니 주의 해야한다.
따뜻한 집 고양이도 약해지는 계절인데, 길 위의 동물들은 오죽할까. 아무리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고는 하지만 추위는 그렇게 만만히 볼 수 있는게 아닌 것 같다. 미리부터 유리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마당 고양이들이 잠자는 박스 안에 넣어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겨울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바람이 없고 햇볕이 따뜻한 날에는 마당에서 일광욕도 하고 몸을 데우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하지만 겨울이 될수록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니 길어진 밤만큼 추위를 견뎌야하는 고양이들이 걱정된다.
이 날은 채영이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기도 하고, 밤새 고양이들이 너무 추웠을것 같아서 카페로 초대를 했다. 손님들이 계시면 동의를 얻어서 출입 시키는데, 이날은 손님이 안계셔서 얼른 들어와서 몸을 녹이라고 했더니 따뜻했는지 바닥에 완전히 늘어져서 한참을 자고 나갔다. 농담으로 일일 알바생이 근무태만이라고 했지만, 길 고양이는 늘 경계를 하면서 자느라 통잠을 못자는데, 이렇게 마음 편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내가 유리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고양이들 박스 안에 넣어준다고 했더니, 동네 지인이 안쓰는 핫팩이 있다면 한박스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 일회용을 쓰기 싫어서 핫팩을 사용하지 않았던건데, 사용하지 않는거라니 감사히 받아서 아이들 박스에 깔아주었다.
잘자고 일어난 고양이들의 식사시간. 금방 식어버리긴 하지만 물도 따뜻한 물로 채워주고, 사료도 너무 저렴한 사료 말고 영양이 높은 사료로 채워주었다. 겨울을 대비해 살도 찌우고 털도 찌워야하니 부족하지 않게 먹여야한다.
그러다 나와 지인을 통해 유기묘를 입양해간 손님이 실리콘 물주머니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이미 핫팩도 있긴하지만 실리콘 물주머니는 다회용이니 그것을 먼저 쓰기로 했다. 두개를 주셔서 낮에 한개를 박스 안에 넣어주었는데, 따뜻해서 좋았는지 잘시간도 아닌데 박스에 들어가서 노곤노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물주머니 두개를 모두 넣어준 날 밤. 세마리가 모두 모여서 따뜻하게 잠든 모습을 보니 어찌나 뿌듯한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올 겨울도 따뜻하게 같이 잘 버텨내자. 고양이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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