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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때,
나는 고양이 두마리를 입양하며 집사가 되었다.
첫째 애기는,
아저씨들이 새끼고양이들을 잡아다가
박스에 담아 파는 고양이들 중 한마리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허피스 증상이 있어
눈도 잘 못뜨고 털도 수세미 같던 아이였다.
귀여운 아깽이들 속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게
마음이 아파 데려왔다.
둘째 가지는,
대학교 동기가 슈퍼 갔다가
노끈에 묶여 있던
턱시도 무늬의 고양이를 보고
내 생각이 나서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선물(?)해준 고양이였다.
그렇게 2002년에 태어난 MZ세대 대표
이영지와 동갑인 우리 고양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2022년 현재 21살까지 나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금은 사료도 영양제도 의료기술도 좋아져서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을 20년까지도 보고 있지만
내가 아이들을 키울때만 해도
고양이의 평균적인 수명은 10년 정도 였다.
아이들이 10살이 되던 해에,
남모르게 마음의 준비를 하며
아직 오지도 않은 슬픔을 느끼며
청승을 부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로 11년이 지났고요?
이유없이 단지 고양이가 좋아서 아이들을 데려왔고,
이곳 저곳 이사를 다니며
나는 고양이에게, 고양이들은 나에게
서로 큰 의미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고양이 나이 21살
언제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도 하고,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을거다 라는 말도 하지만,
오히려 20살이 넘어가고 나니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줄 것만 같은
대책없는 믿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어제는 잠든 가지를 쓰다듬다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 아이들을 잘 보내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해 수명이 다할때까지 키우는 사례가
10%도 안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언젠가 유행처럼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어리고 예쁠 때 사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늙고 병들어서도 지금처럼
사랑해주고 돌봐줄 수 있는 가정이
더 많아진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 무게를 느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겠지만,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에 한번 쯤
생명이 주는 무게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물론 신에게는 아직 네마리의 고양이가 더..
아니아니,
두마리는 임보중이니
두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으니
미리 슬퍼하지는 말고,
오늘도 열심히 사료 값을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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